카테고리 없음

장강명 소설 알바생 자르기 감상문 및 입장정리

준쓰 2021. 7. 3. 15:01

<글쓰기 숙제 : 알바생 자르기>

 

은영의 입장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마지막 문단 전까지 은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을 읽으며 전개되는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주변사람들과 분위기가 은영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일단 은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은영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산층 커리어우먼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에서 영업지원팀으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 내의 입지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에는 혜미와 갈등을 겪고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나마 초반부까지는 혜미를 옹호하던 몇 안되는 인물이었다. 혜미를 불쌍한 소녀가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처지를 이해해보려했다. 하지만 사장을 비롯한 주변 직원들의 불만으로 어쩔수 없이 혜미에게 월급을 반토막내는 대신 오전근무만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해보지만 거절당하고 끝내 혜미를 자르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해가 되는 결정이다. 은영도 주변직원들로부터 계속해서 압박을 받아왔을 테고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직장 정규직 상사로서 혜미를 옹호해주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은영도 혜미가 안타까울 것이다. 좀더 싹싹하고 엔지니어나 방문객들에게 접대도 잘했더라면 하는 바램이 내심 있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속마음보다 겉으로 보여지는 가면이 더 중요하니까. 결국엔 누가 더 얼굴에 철판을 더 잘깔고 살아가느냐가 생존을 결정하니까. 

 

혜미의 입장에서

 

소설에서는 혜미를 악역으로 묘사했지만 마지막 문단을 보면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혜미는 한국사회 법칙마냥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해 학자금 대출까지 떠앉았다. 하지만 그렇게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영어학원에서 잡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공짜로 영어공부를 나름 하며 스펙을 쌓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무한경쟁 공장찍어내기식 스펙 경쟁속에서 쉽게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빚 독촉을 매일 받지 여우짓은 절대로 못하는 성격탓에 회사에서는 미움을 받지 밤늦게까지 영어학원에서 잡일과 공부를 해야 하지......온갖 스트레스는 다받으며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거기에 발목까지 좋지못해 번 돈은 대부분 수술비로 들어가지만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은영의 주관적인 시점에서 혜미는 악역처럼 묘사가 되지만 혜미의 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쌍한 저소득층 서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사에서 더 많은 일을 맡고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어필하면 좋았겠지만 사교적인 성격도 아닌데다 영어실력을 고려해보면 학벌경쟁에서도 밀린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좋지못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영어 강의나 공부를 할 시간 역시 모자랐을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득바득 버티고 사는 것이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용의주도하고 처절해져야만이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원망스럽다. 저소득층 서민 가정에대한 복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반면에 학벌과 스펙의 중요성은 더 커져가고 학원비며 강의비며 교육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점점 커져간다. 따라잡고 싶어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서민층 집안에서 의사 한명을 나오게 하려면 3대가 고생을 해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사다리는 이미 무너져내리고 있다. 

 

사회와 부조리

 

요즘 현대 청년들은 하나같이 주식이나 코인에 미쳐있다.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울고 웃는다. 더이상 직장에 의존하며 밥벌이 하며 살아가기에는 소득도 부족하고 미래도 불안정하다. 스펙좋은 인간들은 넘쳐나는데 기업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어 실업율도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어떻게든 취업을 해도 계약직이거나 어디 공장 노동직에 파견되어 삼교대 뻉뺑이 막노동을 하며 자신을 소모시켜 가겠지. 그렇게 번돈은 또 망가진 몸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병원비나 피부과에서 점빼는 비용에 쓰일 것이다. 씨발 인생 좆같다. 마치 챗바퀴속에서 미친듯이 뛰기만 하는 햄스터마냥 일하고 부서지고 고치다가 인생 마감하게 생겼다. 이래선 안된다. 이게 무슨 사람의 삶인가. 기계의 삶이지. 그렇다고 파업을 하거나 촛불들고 백날 집회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 기업도 정부눈치 보고 로비해야 살아남고 정부는 말로는 서민서민하지만 세금을 진짜 서민들을 위해서 쓰는 꼴을 보지 못했다. 대기업 밀어주기는 선진국 수준인데 중소기업의 인프라나 처우는 후진국 수준이다. 이러니 매일 사람들은 대기업대기업하며 오로지 대기업만 바라보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안그러면 사회에서 무시당하니까. 그것도 아니면 공무원이나 하며 소박한 행복을 바라며 살 수밖에 없다. 아니면 LH 직원으로 들어가 부동산 투기로 거하게 한방 땡기고 은퇴하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차라리 이민을 가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도 필요하고 영어도 현지인 수준으로 해야되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사회라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적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본주의의 힘으로 학벌을 사버리는 인간들도 있고 자식들 하버드나 옥스포드 같은 해외 명문대학교에 꽂아넣어버리는 인간들도 있고 무시무시하고 처절한 노오력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인간들도 넘쳐나고 재능충들도 넘쳐나서 일반적인 태도로 살아남기엔 쉽지 않다. 결국 단순 학벌로 무장하여 상대하기엔 상대들이 너무 강력하다. 결국 이런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내가 더 처절하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혜미가 해왔던 것 이상으로 저항하고 또 저항해야한다. 체력을 키우고 머리속에 지식을 집어넣어 생각을 확장시켜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사교 기술을 강화해 사람들에게 절대로 밉보이지 않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슬프게도 이게 현실적인 답안이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넘어서 이상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대인들은 무한경쟁사회 속에서 학벌과 능력에 미친듯이 목을 메고있고 진정한 자유는 이제 주님곁으로나 가야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다들 저마다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고 행복한 척 웃으며 살지만 속은 썩어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다들 어디 좀비게임 크리쳐마냥 졸고있고 다 죽어가는 모습들인데 회사만 가면 인간들 표정이 싹 바뀐다. 그러다가 엘레베이터 안에 타면 다시 하나같이 죽은 눈을하며 멍때리고 있는 표정들이 가관이다. 나도 이런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전염될 것만 같다. 이런 것들을 보면 사람들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저렇게 대가리에 철판을 깔고 살수 있을까. 나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인간실격 소설 주인공마냥 사회부적응자가 되어 쓸쓸히 죽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뒈지기 전에 내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 바로 저 철판때기들을 모조리 잡아 뜯어내서 본모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어린시절 잃어버렸던 순수했던 자아들을 회복할 수 있게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최소한 나와 있을 때는 편할 수 있도록 산소호흡기를 단 것마냥 숨쉴수 있도록 저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자유를 찾아야 한다. 내가 먼저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의 진심을 이야기해야한다. 이것은 도박이 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어 나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다. 하지만 해야한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첫걸음이다. 내가 진짜 자유롭기를 바란다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런 사랑하는 나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면 안된다. 부끄럽다면 숨기게되고 숨기면 사랑이 아니다. 부끄러운 모습들, 숨기고 싶은 모습들을 끄집어내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알게된다면 더이상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나는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짜 자유를 찾을 수 있다. 약점은 숨기지 않으면 더이상 약점이 아니다. 내가 먼저 약점없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고 나의 자유는 코로나19 델타변이마냥 급속도로 사람들에게 전염될 것이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능력.....그것은 쉬워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요즘처럼 가면쓰고 샤바샤바만 하며 현타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들이다. 그런 사람들 틈새에서 자아를 유지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스펙이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좋아하고 누구든지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